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과 원전정책에 대한 시사점
- Date2017/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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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수급브리프 2017년 10월호 - 브리프 이슈
지난 10월 20일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가 최종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정책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최종 조사 결과 건설 재개 쪽을 최종 선택한 비율이 59.5%로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 보다 19%포인트 더 높았다. 또한 우리나라 원전 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원전을 축소하는 쪽을 선택한 비율이 53.2%로 가장 높았으며 원전 유지 쪽 비율은 35.5%, 원전 확대는 9.7%로 나왔다. 이로써 신고리5,6호기원전의 건설 중단 상황은 건설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원전정책방향은 신정부의 탈원전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원전의 점진적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정부의 권고안 수용 이후 천명한 정책방향을 통해서도 점진적 원전 축소를 향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의 배경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기준으로 공정률이 28.8%에 이른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매몰비용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의 이해관계 등은 공약 실행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정부는 6월 27일 국무회의를 통해 신고리5,6호기 원전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계속 건설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기로 결정했다.
공론화의 개념과 의미
그러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재개를 결정하는 공론화는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공론과 공론화에 대해 명확히 합의된 개념이 없으며, 학자들도 필요에 따라 정의하여 사용하고 있다.
다만, 지난 8월 1일 신고리5,6호기원전 공론화에 관한 토론회에서 한국행정연구원의 은재호 박사가 제시한 공론화 개념이 현재 우리가 이해하려는 공론화 개념에 근접하다고 생각된다. 은재호 박사는 공론화를 ‘반복적,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잡음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참여적 의사결정 기법의 다른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참여적 의사결정 방식은 1)직간접적 이해당사자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이 참여하며, 2)참여자의 학습과 토론 즉, 숙의를 기초로 숙성된 의견 형성을 지향하고, 3)경청과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다수결보다 합의에 기초하는 의사결정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은재호 2017)
이러한 맥락에서 광의의 공론은 ‘능동적이고 합리적인 토의와 논쟁을 거쳐 수렴된 여러 사람의 의견’이라고 볼 수 있으며, 광의의 공론화는 ‘어떤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모여 공론을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정책현장에서는 공론화를 ‘여러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여 정책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과정’이라는 협의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공론조사
공론을 수렴하는 절차로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ing)가 있다. 이는 무작위로 선정된 대표성을 갖춘 일정수의 시민들에게 전문가 등이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를 통해 충분한 학습과 토론을 하도록 한 후 의견수렴을 하는 조사방식을 일컫는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제임스 피시킨 교수가 제안한 것으로 성공적인 공론조사를 위해서는 참여자의 ‘대표성’과 숙의과정의 ‘실체성’이 강조된다. 시민의 의견을 집단적으로 수집·확인하는 점은 여론조사와 동일하지만, 능동적인 학습과 토론이라는 숙의과정을 거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특징적이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신고리5,6호기 공론화에서는 피시킨 교수가 제안한 공론조사 방식을 원용하되 시민대표 참여자의 대표성과 숙의과정의 실체성을 높여 정확한 공론을 측정하기 위해 기존 공론조사에 몇 가지를 보완했다. 이를 기존의 공론조사와 달리하여 ‘시민참여형조사’라고 명명하였다.
공론화 운영 체계
정부는 시민참여형조사를 위해 총 9인의 인사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덕망있는 인사를, 위원은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분야 각 2인으로, 위원의 남녀비율을 균형있게 하고,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2~30대를 포함한다는 원칙을 확정했다. 8인의 위원은 각 분야별 전문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1차 후보군을 구성하고 이후 찬반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여 제척된 인사를 배제하는 절차를 거쳐 선정되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신고리5,6호기 공론화는 공론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었으며, 산하에 분과위원회와 자문위원을 두어 공론화 절차 설계 및 운영에 필요한 체계를 갖추었다. 또한 공론화 과정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검증위원회를 운영하였고, 공정성 제고를 위해 이해관계 대표자들 간의 소통협의회를 운영하였다.
이 가운데 이해관계자 소통협의회는 이해관계자 및 관련 전문가들이 공론화과정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 역할을 하였다. 다만 양측 이해 관계자들 간의 첨예한 대립과 짧은 공론화 기간 등으로 이해관계자 소통협의회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민참여단 구성
500명 시민참여단 구성(%)

자료: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2017.10.20.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조사」보고서
시민참여형 조사의 일차적인 핵심은 시민참여단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표성 강화를 위해 시민참여형조사에서는 기존 공론조사와 다르게 이중추출법을 통해 시민대표를 선정했다.
통계에서는 모집단을 상호배타적인 층으로 나누고 각 층에서 표본을 추출하는 방법을 층화추출법 (stratified sampling)이라고 부른다. 이는 단순 무작위추출 보다 표본추출오차가 작아지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은 추정치를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모집단을 사전에 층화할 수 없다. 이 경우 대규모의 1상 표본(first phase sample)을 추출하여 층화하고 각 층에서 일부의 표본(2상 표본; second phase sample)을 추출하게 되는데 이를 이중추출법(double sampling for stratification)이라고 부른다. 신고리5·6호기공론화의 시민참여형조사는 기존 공론화의 임의추출법이 아닌 이중추출법을 사용하여 신뢰성을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방법론적 측면에서 기여가 있다고 평가된다.
구체적인 시민참여단 선정방식과 규모는 아래와 같다. 먼저 대한민국 국적의 만 19세 이상 국민을 지역, 성, 연령으로 층화(160개 층)한 후 비례 배분한 20,000명을 층화 무작위추출하여 1상 표본을 구성하고, 1상 표본을 의견, 성, 연령으로 층화(30개 층)한 후 비례 배분한 500명을 층화 무작위 추출하였다. 이러한 이중추출법을 통해 최종 500명의 시민참여단이 선정되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형조사 분석 결과
시민참여단은 2박3일의 종합토론회 기간 동안 건설 재개 및 중단 양측의 주장을 듣고 숙의하였다. 그리고 종합토론회를 마치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4차조사가 실시되었다. 시민참여형조사 분석결과 건설 재개가 59.5%, 건설 중단이 40.5%로 건설 재개를 선택한 시민의 비중이 중단을 선택한 시민보다 19.0%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5% 신뢰수준의 표본추출오차가 ±3.6%p인 점을 고려할 때 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판단된다.
건설 재개 및 중단에 대한 의견 (%)

자료: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2017.10.20.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조사」보고서
1차 조사 당시 건설 재개의 선택한 시민의 비중은 36.6%로 건설 중단 보다 9%p 높았다. 그러나 학습자료를 통한 숙의과정이 진행되면서 재개와 중단 간의 비중 차이는 점차 확대되었다. 한편, 판단유보를 선택한 시민의 비중은 1차조사에서 35.8%에 달했으나, 3차조사에서는 24.6%, 4차조사의 유보를 포함한 질문에서는 3.3%로 조사되었다.
아래 표 1은 시민참여단의 의견 변화를 1차조사와 4차조사 결과를 비교하여 보여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1차조사 시 나타낸 의견을 유지하고(약 56.7%), 일부의 참여자들이 입장을 바꾼 것으로(약 7.5%)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1차 조사에서 판단유보를 선택한 시민비중(35.8%)의 변화이다. 4차조사에서 이들 중 19.7%p가 건설 재개 측, 16.1%p가 건설 중단 측으로 옮겨갔다.
시민참여단의 의견 변화 추이 (%)

자료: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2017.10.20.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조사」보고서
시민참여형조사에서는 신고리5·6호기 건설여부와 함께 미래 원전정책에 대한 선호 의견도 물었다. 4차조사 결과 원전 축소가 53.2%, 원전 유지가 35.5%, 원자력발전 확대가 9.7%로 나타났다. 이는 시민참여단이 장기적 관점에서 원전을 축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설 재개를 선택한 시민들 가운데 32.2%가 원전 축소를 선택하고, 9.7%만이 원전 확대 입장을 밝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해당 설문항은 원전정책에 대한 선호로써 전반적인 방향성을 묻는 것이지 구체적인 정책이행 방안에 대한 선호는 아니다.
미래 원전정책에 대한 선호 (%)

자료: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2017.10.20.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조사」보고서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이 재개되더라도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보완조치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을 4차조사에 포함시켰다.
조사 결과 전체 시민참여단의 33.1%가 ‘안전기준 강화’를 후속 보완조치로 선택했다. 그 다음이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27.6%), ‘사용후핵연료 해결 방안’(25.4%), 탈원전정책(13.3%) 순이었다.
이러한 보완조치에 대한 우선순위는 건설 재개 및 중단 입장별로 조금씩 상이하게 나타났다. 건설 재개 입장을 표명한 시민들은 가장 선호하는 후속조치로 ‘안전기준을 강화’를 선택한 반면, 건설 중단 입장의 시민들은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선택했다. 한편, 후속조치로써 ‘탈원전정책’은 건설 재개 입장에서는 4순위, 건설 중단에서는 3순위의 선호를 보였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건설 재개 후 시급히 이뤄져야하는 후속 에너지정책은 안전기준 강화를 통한 원전의 안전성 확보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 정부가 서두르는 탈원전정책에 대해서는 장기적 원전정책 기조로써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우선 순위로 보았을 때 원전의 안전성 확보와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비해 시급성 측면에서는 밀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재개 시 필요한 후속조치 선호 (%)

자료: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2017.10.20.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조사」보고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성과와 시사점
정부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제출한 권고안을 수용하여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이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시민참여형 정책결정 과정을 통해 결정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또한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절차로서 숙의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다만 권고안이 제시하는 후속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부가 간과하는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가 권고안 수용 이후 천명한 정책방향을 통해서 점진적 원전 축소를 향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탈원전정책은 장기간에 걸쳐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이뤄져야한다. 정말 시급한 정책 과제는 원전을 조속히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시민참여단이 말해주고 있다.
참고문헌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 2017.10.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조사」 보고서
은재호, 2017, “신고리 원전 공론화, 어떻게 할 것인가?” 갈등학회토론회 발제문
* 에너지수급브리프 2017년 10월호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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