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원유 생산과 2024년 유가 전망
- Date202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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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원유 생산과 2024년 유가 전망
미국의 원유 생산이 국제 석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023년 10월 미국 원유생산은 13.20백만b/d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미국 전역에서 가동 중인 시추기 수(Rig counts)가 2022년 12월 말의 621기에서 2023년 12월 말 500기로 거의 2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원유 생산이 급증한 것은 셰일오일 업체들이 신규 시추 투자를 제한하면서도 기존 미완결유정(DUC; drilled but uncompleted wells)의 완결을 통해 생산을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세는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판단된다. 추가 증산을 위해서는 신규 유정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투자 증가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2024년 국제 유가는 배럴당 $83-85로 수준으로 전망된다(2024.1, 두바이유 기준). 2024년 세계 석유시장은 상반기까지 약간의 초과 수요(30만b/d)를 보이다가 OPEC+의 감산이 단계적으로 완화되면서 하반기에 공급 과잉(100만b/d)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가이아나 등 미주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올해 비OPEC+ 생산 증가(120만b/d)는 세계 석유수요 증가분(160만b/d)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2022년-2023년 130만b/d 증가했던 미국의 원유 생산은 올해 전년 대비 35만b/d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서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 그리고 기대수요와 기대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국제 유가는 OPEC+ 산유국의 감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멕시코만 허리케인 강타, 미국 대법원 트럼프 출마 자격 유지 판결 등 전 세계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뉴스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나, 원유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인 만큼 예외 없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다. 다만 재화가 글로벌한 규모를 보이므로 가격에 영향을 주는 수급적 요인을 모두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정확한 유가 예측이 "신의 영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유가 전망을 그나마 가능케 하는 요소로 시장 전체의 방향이 일부 국가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즉, 미국, 중국, 인도 3개국의 소비가 세계 수요의 42%를 차지하며, 미국, 사우디, 러시아 등 소수의 산유국이 미력하나마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석유의 수요와 공급이 단기에는 비탄력적이라는 점도 유가 전망을 다소 용이하게 만드는 요소다. 예컨대, 오늘 유가가 하락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당장 장거리 여행을 떠나지는 않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원유를 하루 아침에 꺼낼 쓸 수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추세가 유가를 전망하는데 유익한 정보가 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3년 10월 미국 원유생산이 13.20백만b/d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미국 원유생산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2020년 8월 97백만b/d로 급감한 뒤, 이후 점진적인 증가세를 나타내며 2023년 10월 직전 최고치 13.00백만b/d(2019년 1월)를 넘어섰다. 미국내 원유 생산이 증가하며 국제 석유시장에서 미국 원유생산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석유수요는 비교적 단기에 비탄력적이며, OPEC+는 고맙게도 생산스케줄에 관한 정보를 시장과 소통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추가 공급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이 거의 유일하므로 이 데이터를 잘 살피는 것이 유가 전망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원유 시황을 살펴보고, 향후 유가의 방향에 대해 전망해 본다.
국제 유가의 움직임
2023년 두바이유 가격은 1분기 $80.35/배럴, 2분기 $77.80/배럴, 3분기 $86.72/배럴, 4분기 $83.54/배럴로 연평균 $82.10/배럴을 기록하여 2022년 연평균 가격($96.41/배럴)보다 14.8% 하락했다. 2023년 상반기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 우려와 러시아 석유수출의 예상외 호조, 미국을 비롯한 비OPEC+ 산유국의 공급 증가 등으로 유가가 하락세를 보였고, 2023년 하반기는 세계 석유시장이 3분기 들어 초과 수요로 전환되고, 4분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등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상반기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도 동일한 방향성을 보였다. 2023년 국제 유가 움직임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수요 부진과 이에 맞서는 OPEC+ 회원국의 감산 대응"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제 유가 (2019.10~2024.1)

자료: 페트로넷
미국의 원유 생산
2023년 10월 미국의 원유 생산은 13.20백만b/d를 기록하며 직전 고점인 2019년 생산량을 넘어선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그림 2). 2023년 세계 석유 소비도 101.7백만b/d로 역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13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각국이 경쟁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외치던 모습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다. 미국의 분기별 원유 생산량을 살펴보면, 2023년 1분기12.63백만b/d, 2분기 12.75백만b/d, 3분기 13.07백만b/d, 4분기 13.22백만b/d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러한 생산 증가는 미국 전역에서 가동 중인 시추기 수(Rig counts)가 2022년 12월 말의 621기에서 2023년 12월 말 500기로 거의 2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났다. 이는 2023년 들어 셰일오일 유정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은 신규 시추 투자를 제한(시추기 수 감소)하면서 주로 기존 미완결유정(DUC; drilled but uncompleted wells)의 완결을 통한 생산 증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그림3).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는 셰일오일 유전 지대 중에서 손익분기가격이 가장 낮은 곳으로 알려진 퍼미안 지대가 주도하고 있다.[2]
미국 원유 생산량 (월평균, 1983.1~2024.3)

자료: 미국에너지정보청(EIA), 2024.2.
미국 석유시추 리그수와 미완결 유정수 (2018.1~2024.1)

자료: 미국에너지정보청(EIA), 2024.2.
신규 유정과 기존 유정의 생산량 비교
원유 생산에 필요한 장치인 석유 시추기의 개수는 미래 원유 공급의 바로미터로 읽힌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최근 미국의 원유 공급은 증가하고 있지만, 시추기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지금처럼 DUC가 계속 감소하여 제로에 수렴하고, 동시에 시추기 수도 감소세를 유지한다면 미국 원유 생산량은 현 수준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석유는 연료나 원료로 소비하여 없어지는 재화이므로, 생산 규모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소비하는 만큼의 신규 유정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림 4는 미국 3대 원유 생산지 - 퍼미안, 이글포드, 바켄 - 별 신규 유정에서의 전월비 생산량 증가분과 기존 유정에서의 전월비 생산량 증가분의 차이를 나타낸다(신규유정 전월비 증가분 - 기존유정 전월비 증가분). 즉 해당 자료의 수치가 양(+)의 값인 경우, 기존 유정에서 고갈되는 양보다 신규 유정에서 늘어나는 생산량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늘어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 이와 유사하게 해당 수치가 0인 경우, 기존 유정에서 줄어드는 생산량과 신규 유정에서의 늘어나는 생산량이 같으므로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월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해당 데이터를 통해서 우리는 2021년~2023년 빠르게 증가하던 미국 원유 생산 회복세가 거의 마무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가로 미국 원유 생산량이 더 늘어나려면 신규 유정에서 대한 투자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대규모 투자 집행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3]
신규 유정과 기존 유정 간 원유생산의 증감분 차이(2021.5~2023.12)

자료: 미국에너지정보청(EIA), 2024.2.
2024년 유가의 향방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초 2024년 국제 유가를 배럴당 $83로 전망했다(2023.12, 두바이유 기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나,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대비 여전히 30% 정도 높은 수준이다. 2024년 세계 석유시장은 상반기까지 약간의 초과 수요(30만b/d)를 보이다가 OPEC+의 감산이 단계적으로 완화되면서 하반기에 공급 과잉(100만b/d)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가이아나 등 미주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올해 비OPEC+ 생산 증가(120만b/d)는 세계 석유수요 증가분(160만b/d)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미국의 원유생산은 전년 대비 35만b/d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2022년-2023년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분 130만b/d에 비하면 올해 증가세가 지나치게 적어 보이지만, 오히려 지난해와 같은 성장세가 다시 나타나기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IMF는 미국과 주요 신흥 개도국인 중국, 인도 등의 견고한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작년과 같은 3.1%로 전망하고 있다(2024.1). 세계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난다면, 미국의 생산 제약하에서 탄력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산유국은 OPEC+ 회원국들이다.
올해 유가 변동의 관찰 포인트는 세계 경기 회복세와 OPEC+ 감산에 있다. 먼저, 현재 석유시장 참여자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세계 경기침체가 발생하여 석유수요 증가세가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경제 회복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혹은 느리게) 나타난다면, 유가 전망치는 더 높아(혹은 낮아)질 수 있다. 또 다른 요인인 OPEC+의 추가 감산여력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많다. OPEC+의 감산 합의가 추가로 이뤄지거나 혹은 조기 와해될 때, 유가 전망치는 더 높아지거나 혹은 더 낮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 하반기 예고된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미국 대통령 선거(에너지 정책)도 시간을 두고 석유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인 만큼 올해 유가 방향성에 예측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에너지경제연구원. 2024.1(발간예정). 『2024년 국제 원유 시황과 유가 전망』
미국에너지정보청(EIA). 2022.12, 2023.12, 2024.2. 『Drilling Productivity Report』
국제통화기금(IMF). 2024.1. 『World Economic Outlook』
페트로넷(www.petronet.co.kr)
[1] 신규 유정에서의 시추기당 생산량은 2022년 12월 956b/d에서 2023년 12월에는 1,155b/d로 증가했다(EIA, 2022.12, 2023.12). 생산성 향상의 가장 큰 요인은 기술 발전으로 하나의 시추기에서 굴착할 수 있는 수평 시추 길이가 약 5%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시추기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 시추기만으로도 생산 증대가 가능해진 것을 들 수 있다.
[2] 2023년 3월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평균 셰일업체의 기존 유정 손익분기점은 $37/배럴, 신규 유정 손익분기점은 $62/배럴이며, 퍼미안 지역은 각각 $29/배럴, $58/배럴로 가장 낮다.
[3] $70-80/배럴 수준의 유가는 손익분기점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임에도 신규 유정에 대한 투자가 과거처럼 대폭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석유에 대한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 속에 주주들이 기업의 부채 상환, 배당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에너지브리프 2024년 3월호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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